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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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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이야기] 두 번째, 안방이 꼭 일층에 있어야 하는 이유

도반건축사사무소 | 2023.09.08 09:57 | 신고

단독주택을 지어서 사는 연령대를 보면 주로 50대가 넘는다. 은퇴 이후 여생을 보내려고 시골에 귀촌하기 위해 전원주택 개념으로 짓는다. 인생 후반기에 들다보면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지내려는 마음이 이는 건 도연명이 귀거래사에서 드러내는 그대로이지 않을까 싶다.

 

앞만 보며 달려온 삶을 잠시 쉬고 뒤를 돌아볼 여유를 가지며 살고 싶은 꿈을 전원주택을 짓는 것으로 실행에 옮기게 된다. 전원에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아보면 의외로 좋구나라는 만족감보다 힘든 일이 더 많다고 한다. 한정된 집 안만 챙기면 그만이었던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몸의 습성을 떨쳐내기가 그렇게 만만찮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환갑을 전후로 하는 나이라면 몸 상태가 슬슬 일상의 움직임에도 부하가 걸리기 시작하게 된다. 사십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쉰이 넘어서도 괜찮았던 몸의 각 부위가 여기저기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무릎에 이상이 느껴지면서 수직보행에 부담을 가지기 시작하면 계단이 두려워지게 된다.

 

 

단독주택을 왜 2층으로 짓는 것일까?

 

부부가 살기 위해서 짓는 집이라면 서른 평 정도의 단층으로도 괜찮다. 대지가 넓지 않아서 서른 평으로 짓는다고 해도 두 개 층으로 나누어서 짓는 집도 있다. 도심지의 아주 작은 땅을 활용해서 3개 층으로 짓는 협소주택은 최근 집짓기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단독주택만 지을 수 있는 택지에는 건축허가조건에 담장을 치지 못하게 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조건의 대지는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기 위해 마당쓰기를 포기하고 이층과 삼층을 쓰기도 한다. 계단으로 올라가서 집을 써야하는 경우에는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

 

대지 면적이 여유가 있어서 단층으로 필요한 면적의 집을 지을 수 있지만 주로 이층집을 짓는다. 집의 외관디자인을 자유롭게 하려는 의도도 있을 수 있고 거실의 개방감을 위해 두 개 층이 트여진 공간감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필자 설계의 단층으로 지은 밀양 이안당. 37평으로 구들방을 넣고 넓직한 다락을 두니 전원생활을 하는 즐거움을 십년째 누리고 있다.

 

 

이안당 관련 글 링크

밀양 이안당怡顔堂을 오랜만에 들르니

이안당 이야기1-무릉동에서 도연명을 생각하며

 

 

단층으로 지으면 괜찮지만 이층 이상으로 지었을 때 생길 수 있는 점을 얘기해 보자.

 

 

이층 이상으로 짓는 단독주택의 O X, 계단

 

흔히 짓는 이층집과 협소주택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삼층집의 층간 동선을 이어주는 계단을 먼저 얘깃거리로 삼아야겠다. 계단은 층을 오르내리는 수직 동선을 해결하는 기능 이외에도 내부공간의 인테리어 요소가 되기도 한다. 거실 공간을 두 개 층을 틔워서 개방감을 주고 계단을 노출시켜서 공간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협소주택은 보통 3층 이상이 되기 쉬우므로 층별로 나뉜 각 영역은 계단이 통로 역할을 하게 된다. 결국 수직통로인 계단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리게 되는 것이다. 한 층 면적이 좁다보니 계단의 폭이나 경사도에서 여유 없이 좁고 급하게 설치되는 경우가 많다. 계단은 늘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므로 오르내리면서 주의를 기우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문제는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게 되었을 경우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계단을 헛디뎌서 다치지 않더라도 다리를 상할 사유는 언제든지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나이가 들어서 걷기가 수월하지 않는 사람은 계단이 있는 집은 아예 쓸 수가 없다.

 

이층집을 지으면서 일층은 거실과 주방 등 공용영역으로, 이층은 안방과 다른 방을 두어 사적영역으로 구분한다. 집을 짓는 당시에는 다리가 불편하지 않았는데 어느 때가 되어 걸음걸이가 불편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더 이상 그 집에서는 살기가 어렵게 되고 말 것이다.

 

 

필자설계의 양산 심한재. 거실동과 침실동을 채나눔해서 마스터존을 침실동 일층에 두었다. 부부 전용공간인 마스터존은 침실과 욕실 전통구들을 들인 韓室서재로 구성되었다.

 

 

심한재 마스터존 관련 글 링크

단독주택의 세 영역 중의 1영역인 Master Zone

 

 

계단으로 하루에도 몇 차례씩 오르내려야만 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이 이 집에서 오래오래 살 수 있을까?

 

 

안방을 이층에 둔다면?

 

일층에는 거실과 주방 등 공용영역으로 하고 이층에 침실을 두어 사적영역으로 구분하는 얼개를 짜서 짓는 집이 많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으로 공간을 명확히 나누어 주야간대의 쓰임새를 확연하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쓰는 집에 무슨 문제가 있을 수 있을까?

 

주침실인 안방이 이층에 있으면 우선 집을 쓰는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무릎에 탈이 나거나 사고로 다리를 다치게 되면 계단 이용이 힘들 경우를 언급했었다. 이렇게 계단을 이용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에 한정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층에 있는 안방에서 잠을 자는 시간대에 일층이 비워져 있으면 심리적인 불안감이 일어날 수 있다.

 

불 꺼진 집에 일층이 비워져 있으면 어떨까? 잠이 들어버렸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의외로 적막한 마당과 불 꺼진 일층이 주는 불안감이 편안한 잠자리를 방해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보안시스템이 잘 집을 지켜줄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거주하는 영역이 집의 중심이 되어야 잠도 편안하게 잘 수 있다. 새벽에 일어나서 거실이나 마당으로 나올 수도 있는데 이층에 있는 안방은 아무래도 제자리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심한재의 계단홀

 

 

심한재의 계단실 관련 글 링크

소통의 홀인 계단실

 

단독주택에 산다는 건 마당을 밟으며 사는 즐거움에 큰 의미가 있다. 흙에 가까이 거주해야 한다는 건 그 어떤 의미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다. 이층은 손님의 영역일 뿐이지 집에서 사는 사람들이 쓰는 건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심한재의 일층에 둔 마스터존의 전통구들 韓室서재, 툇마루를 통해 달빛 정원으로 드나들 수 있어 달 밝은 밤 작은 연못에 핀 연꽃을 보는 즐거움을 누린다. 땅을 밟으며 살기 위해 단독주택을 지었으니 어찌 이층에다 안방을 둘까?

 

 

심한재 한실 관련 글 링크

 

 

DAMDI E.MAGAZINE 연재중 (2019. 10.)

다음 편은 '남향이냐 조망이냐?'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무설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의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메일: kahn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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