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도권 전세와 내 집 마련
직방 2020.09.07 11:01 신고최근 서울, 수도권 전세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전세 물량 감소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규제지역 비과세 요건 중 2년 실거주 요건이 추가된 것도 큰 이유입니다. 비과세 세금 혜택을 받으려면 보유 주택에 실제로 2년 이상 거주해야 하기 때문에 전세로 살고 있던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집주인이 직접 실거주 하려는 추세입니다. 또 새로 시행되는 임대료 5% 상한제로 집주인들은 수익률이 낮아진 전세 놓던 집들을 팔고 있습니다. 게다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같은 보유세 증가 또한 다주택자들의 전세 물량을 매도 시키는 결과를 가져와 전세 물건 감소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세 물량 감소는 사회 초년생인 신혼부부에게 많은 부담을 주고 있는 현실입니다. 기존 전세입자들은 새로 시행되는 계약갱신권을 이용해서 2+2년을 안정되게 보장받는 반면, 새로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신혼부부들은 전세 찾기가 힘들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최근 8월 21일 부동산 매물 허위 단속 시작으로 위반 시 5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되면서 미끼매물로 나와있던 가짜 매물들이 일제히 사라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허위매물 단속으로 전세 매물이 급감함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 기준 24일 서울 아파트 전세물건은 1만 6,564건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불과 나흘 전인 20일 2만 6,088건 보다 9,524건(36.5%) 줄어들었고, 한 달 전인 7월 20일 전세매물 4만 899건 보다 급감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경기도도 전세물건이 20일 2만 3,202건에서 24일 1만 8,357건으로 20.9% 감소했습니다. 허위매물이 사라지는 건 반가운 현상이지만, 이제 단지별로 전세 물건이 하나도 없는 전세 0개 단지들이 속속 등장하며 시장의 불안을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전세 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입니다. 집을 사기 어려운 세입자들에게는 종잣돈을 모으는데 유리하고, 마찬가지로 집을 사기 어려운 집주인들도 내 집 마련을 하기 위해 전세 껴놓고 사놓았다가 돈을 모아서 나중에 전세금 세입자에게 내주고 들어가 사는 실거주 준비단계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각자의 필요에 의해 형성된 시장인 겁니다.
헌데 이제는 전세가 점차 사라지고 반전세와 월세만 남는 시장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수익이 없는 곳에 공급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죠. 전세 공급은 앞으로 점점 줄어 사라지는 제도로 과도기 현상으로 보입니다. 전세가 사라지면 이제 외국처럼 월세와 매매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데, 외국 살다 오신 분들 이야기 들어보면 알겠지만 외국 수도 기준으로 월세가 맞벌이 부부 한사람 월급 전부를 내야 하는 나라도 많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전세라는 완충지대가 없어져 주거비용은 증가할 것이고 신혼부부같이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힘든 시기가 될 것입니다.
필자는 서울, 인천, 경기도 곳곳을 이사를 다니며 살아보았습니다. 새 아파트도 살아보고 40년 넘은 낡은 빌라(쇠 섀시, 나무 섀시로 겨울에는 방 안에서 입김이 나는 썩은 빌라)도 7년을 살았었습니다. 서울에 살다가 경기도(인천)로 나가서 이사 다니며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데 23년이 걸렸습니다. 낡은 서울 주택에 살다 경기도 새 아파트를 분양 받아 94년 고양시로 이사 갔던 전형적인 1기 신도시 이주민이 었습니다.
전세를 살다가 돈 모아서 경기도 새 아파트를 사면 되지 ‘왜 서울의 낡은 아파트를 사야 하냐?’고 묻는 사회 초년생들이 있습니다. 필자의 옛날 모습이네요. 새 아파트가 좋은 건 사실입니다. 요즘은 특히 지하주차장으로 엘리베이터가 바로 연결되고 지상에는 차가 없고 아이들이 놀이터 지상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새 아파트가 수도권 외곽에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서울 중심지역의 새 아파트면 괜찮지만 아니 서울 중심지역이면 낡은 아파트라도 상관없습니다. 인테리어 공사를 해서 새 아파트를 만들면 되니까 말이죠.
구축이라서 안 좋은 구조(30평대 2베이)인데다 지하주차장이 엘리베이터로 연결이 안 돼서 어쩌냐고요? 지하주차장에서 계단 올라와서 1층에서 엘리베이터 타고 집에 올라가는 시간이 서울에서 수도권 외곽 새 아파트까지 매일 출퇴근하며 길에 버리는 시간보다 훨씬 적게 걸립니다. 그렇게 필자가 23년간 광역버스를 기다리며, 끼여타며 길바닥에 버린 시간이 도대체 얼마인지 계산도 되지 않습니다. 광역버스와 함께한 아까운 제 청춘을 안타까워하며 제 무지를 용서해야겠습니다.
서울이 직장이면 서울에 내 집 마련을 해야 합니다. 필자처럼 경기도 외곽 새 아파트로 이사 갔다가 서울로 돌아오는 데 23년이 걸리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랍니다. 서울이 직장이면 서울에서 작은 꼬마 아파트로 시작하기 바랍니다. 첫 직장이 중요하듯 첫 보금자리가 그 사람의 인생뿐만 아니라 가족의 인생 전체를 결정합니다. 이 말을 필자도 어른들에게 들은 것 같습니다만 흘려 들었다가 23년간 혹독한 대가를 치렀습니다.
같은 직장을 입사한 동기고 월급이 같더라도 어떻게 돈을 모으고, 모은 돈을 가지고 자산을 구축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갈리는 걸 많이 보셨을 겁니다. 신용카드 흥청망청 쓰면서 쇼핑, 해외여행, 취미생활에 전력투구하는 사람과 내 집 마련을 위해 신용카드 자르고 현금만 사용하며 강제저축으로 아끼고 모아서 청약이나 내 집 마련을 준비한 사람의 결과는 어떨까요?
신혼부부 두 맞벌이 부부가 열심히 저축하여 모은 돈과 담보대출, 마이너스통장, 회사 지원금, 부모님 지원금 등 힘들게 마련한 돈으로 작은 아파트라도 실거주로 살 수 있습니다. 그러면 허리띠 졸라매고 열심히 일해서 번 월급으로 강제저축하며 은행 대출 다 갚고 내 집을 온전하게 마련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그런 목표가 있어야 월급에서 목돈을 먼저 대출 원금 상환하며 남은 돈으로 쪼개서 생활비 하며 하루하루 꿈을 키워 갈 수가 있는 겁니다. 필자도 그랬고 금수저가 아닌 이상 모든 내 집 마련을 한 선배들이 힘들게 했지 쉽게 내 집 마련을 한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그렇게 힘들게 마련한 작은 집에서 20평대로 그다음 30평대로 계단식으로 갈아타는 겁니다. 대출도 자산 가치 상승에 따라 갈아타면서 첫 번째 작은 집을 징검다리 삼아 한 단계씩 차근차근 올라가는 것이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내 집이 뚝 떨어지는 게 아니죠. 십수 년의 노력으로 계단을 올라가듯 한 계단씩 꾸준히 오르다 보면 어느새 내 집 마련을 하게 되는 거죠. 많은 시간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거고 때가 되면 목표했던 입지, 목표 평수 내 집 마련도 다 이루어지게 됩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든 내 집 마련이 도심 주요 지역에서 쉬운 곳은 없습니다. 다들 수십 년에 걸친 모기지론을 이용해서 힘들게 고생하며 가족을 위해 내 집 마련을 하고 있습니다. 무주택이고 한 채의 실거주를 위해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실수요자에게는 각종 정부 혜택이 주어집니다. 이러한 혜택을 공부하고 활용해서 어떻게 하면 나에게 적합한 조건의 대출을 활용 내 집 마련을 할까 궁리해야 합니다. 궁하면 통합니다. 실수요자 내 집 마련은 타이밍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가족의 집은 언제든 필요하고 맞벌이 소득이 있을 때 인생의 젊은 날에 하는 겁니다.
그런데 근검절약해서 내 집 마련하는 사람들이 바보 같다고 폄하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축왕이 칭찬받던 시대에 살던 필자 같은 사람들은 이제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인 듯합니다. 인스타에 잘 사는 것처럼 자랑사진(인증샷)을 올리고 행복한 것처럼 카톡 프로필 사진을 올려야만 주위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자존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시대입니다. 과연 내 집 한 채 없이 행복한 척하는 사진 몇 장으로 자신과 가족의 편안한 보금자리가 보장될지 의문이 듭니다. 집은 단순히 콘크리트 덩어리가 아니라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삶을 이루어 가는 공간이자 시간을 보내는 곳입니다. 내 집 마련을 하기 전까지는 그 의미를 잘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전까지는 만기가 되면 빌려 살던 집을 떠나야 하는 신세니까요. 하지만 내 집이 생기면 달라지는 건 소유권뿐만 아니라 바로 삶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책임감이 생기는 거죠 왜냐면 똑같은 아파트라도 내 소유가 되었으니까요.
첫차를 소유했을 때와 같습니다. 똑같은 하얀색 차(아반떼)인데 내 차니까 소중한 거잖습니까.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똑 같은 아파트 중에 유독 우리 집만 눈에 들어옵니다. 소중한 우리 가족이 사는 집이니까 말이죠. 세입자로 살 때는 청소를 잘 안 하게 되는데 내 집이 생기니 필자도 아무래도 더 많이 닦고 쓸고 하게 되더군요. 힘들게 얻은 것이니 더 값지게 느껴지기도 하고 나의 노력이 증명되고 주위 사람들로부터도 내 집 마련을 일찍 했다고 칭찬을 들으니 기분도 좋습니다. 부모님들도 무척 좋아하시죠. 매번 시세 파악까지 하시며 주변에 자랑도 많이 하시더군요. 우리 아들(딸) 서울에 내 집 마련했다고 든든하시답니다. 이제 걱정이 안된답니다. 집은 그런 것이더군요. 누군가의 꿈이며 누군가의 보금자리며 누군가의 자랑이며 누군가의 공간이며 누군가의 시간을 보내는 곳. 현관문 안쪽의 ㄷ 자 싱크대가 집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의 전부인 것을 말이죠. 내 집 마련은 삶 그 자체입니다. 소중한 집과 소중한 가족 그리고 소중한 당신의 삶을 위해.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건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그 시간 때문이야'
-어린왕자 中-
글. 쏘쿨
< 쏘쿨의 수도권 꼬마아파트 천기누설 > 저자
월급쟁이 부자들 (카페)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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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쿨의 수도권 내 집 마련 여행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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