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10억이 뜻하는 의미
직방 2020.09.17 10:12 신고얼마 전 지인이 그런 말을 슬쩍 건넨 적이 있다. 서울에서 조금 나간 곳에 있는 아는 사람 집에서 놀다 왔는데 좋다고. 그렇다. 이상하게 친구네집에 가면 그렇게 좋다. 막상 우리 집은 별로인데 놀러만 가면 밥도 맛있고 인테리어도 더 좋아 보이고, 아이들도 더 예쁘고 말 잘 듣는 것 같고.
그런데 그게 사실이다. 지인 댁은 아마 신축이었을 것이고, 신축주택의 경관은 더없이 좋은 곳이었을 것이다. 이런 지역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놀러 갈 친구네 집도 늘어나고 있다. 다녀오면 더욱 불만은 폭주하게 된다. 친구는 좋은데 사는데 난 왜 이렇게 살고 있냐는 진심 어린 불만!
지난 성남/광주에서 시계방향으로 돌아볼 생각이다. 학창 시절부터 반시계방향으로 도는 것에 큰 위화감을 느껴왔기 때문이다. 그럼 오늘은 분당이 되어야 하겠지만, 1기 신도시 대표인 분당은 나중으로 미뤄둘 생각이다. 물론 2기신도시도 나중으로 미룰 것이다. 왜냐면, 그곳들 언급하다 보면 시간이 너무나 길어질 것 같기에.
아파트가 그나마 조금 덜한 지역부터 먼저 돌아보고 그 뒤에 신도시들을 찾아가기로 하자. 그래서 이번 시간 찾아갈 곳은 의왕과 군포다. 얼마전 비빔국수를 먹고 와서 갑자기 생각나서 쓰게 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미리 말하고 시작해본다.
<의왕지도: 4호선, 그리고 언젠가의 인동선>
일단, 의왕부터다. 의왕은 굉장히 긴 행정구역이라 북과 남은 서로 완전 다른 곳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북으로는 과천, 동으로는 판교, 남으로는 수원, 서로는 안양, 군포와 접해있다 보니 생활권이 전혀 다른 곳이 같은 행정구역에 묶여있다. 이러면 서로 간의 동질성이란 생겨나려야 생겨날 수가 없다.
우선 북쪽부터. 우리가 흔히 인덕원이라고 부르는 지역은 과천이기도 하고 안양이기도 하고 의왕이기도 한 지역이다. 마치 이수역 4거리가 서초/동작/관악으로 나뉘어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의왕의 가장 북은 바로 포일동이다. 포일동이 전반적으로 신축단지가 몰려 있다는 것은 아는 사람들은 아는 그런 것이라 넘어간다.
평촌신도시 바로 옆에 신축이 공급되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났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포일동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북쪽인 포일 숲속마을은 인덕원역에서 조금 들어간 비빔국수집 지나서 위치하고 있는 신축 단지인데, 이중 분양단지인 3,4,5단지 전용 84㎡ 매매가 9억원(2,700만원/PY)은 이제 다른 지역에서 자주 봐오던 수치들이 있어서인지 낯설지만은 않으며, 조만간 +11%의 상승률만으로도 2자리대 가격이 되기 때문에 또 다른 일을 조만간 겪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로 인근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전산센터도 있는데, 다들 잘 모른다.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 새로운 가격을 보여주고 있는 현재의 모습>
조금 내려와 큰길에 서보자.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가 보인다. 분양할 때는 포일센트럴푸르지오였는데, 입주할 때가 되니 단지명이 포일에서 인덕원으로 지명이 교체되었고, 센트럴에서 엘센트로로 추임새가 바뀌었다. 최근 실거래가가 11억원을 넘어 11.9억원(심지어 코로나19 이슈의 중심인 2020.02월 거래다)까지 확인이 되었으니, 지금 그때보다 높아졌을까 낮아졌을까 고민은 그만하기로 한다.
같은 푸른마을인덕원대우이지만, 옆 1단지는 안양이고 2단지는 의왕인데, 2단지 전용 84㎡ 매매가는 7억원(2,100만원/PY)이다. 안양은 7.5억원(2,300만원/PY)으로 안양브랜드가 의왕브랜드보다 조금 더 값이 나가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행정구역이 몰려있는 곳은 이런 차이가 조금씩이나마 나타난다. 조금전 언급했던 이수역만큼은 아니더라도.
바로 옆 호수마을위브 전용 84㎡ 매매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7억원(2,100만원/PY)인데, 푸른마을은 2001년 준공이고, 호수마을은 2009년 입주인데도 가격은 비슷하다. 이런 차이는 바로 옆 학의천이 가져오는 것일까? 아니면 초품아라는 차이일 것일까? 아니면 둘 다일까?
큰길을 또 건너 내손동으로 가보자. 내동초를 끼고 있는 초품아 내손e편한세상 전용 84㎡ 매매가 8.5억원(2,400만원/PY)과 바로 옆 래미안에버하임 8.2억원(2,500만원/PY)은 바로 조금 전 길 건너 포일동보다 1억원 이상 높아졌다.
백운초를 끼고 있는 또다른 초품아포일자이 전용 84㎡는 매매가 9억원(2,600만원/PY)으로 아까보다 0.5억원 더 높아졌다. 흥안대로를 건너면 곧바로 펼쳐지는 평촌꿈마을(10억원)과 꿈을 함께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바로 옆에 대형마트도 있고, 농산물시장도 있고, 외곽순환, 아차,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IC도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할 것이다.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지역을 구분하는 또 하나의 경계선>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를 넘어 있는 안양 넘어 내손동에도 아파트가 있다. 고속도로에서도 보이는 반도보라빌리지 전용 84㎡ 매매가 6.5억원(1,900만원/PY)과 대원칸타빌 전용 84㎡ 매매가 6.0억원(1,800만원/PY)은 같은 내손동이지만 고속도로 건너와는 가격 차이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최대 50%까지 차이 나는 현실은 누구나 이성적으로는 인정할 것이다.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 뿐.
이제 산 넘어 학의동으로 가보자. 지인이 다녀왔다는 곳이 바로 이 학의동이다. 의왕에는 백운호수가 있다. 데이트지역으로 꽤 유명한 곳인데, 젊은 층보다는 조금 나이대가 많이 위인 분들이 애용했었던 것이 특징 아닌 특징이었고 그 덕분에 소비력이 있는 사람들이 소비할만한 곳들도 제법 많은 복합위락시설지역이라고 생각되는데, 그 호수 뒤편으로 백운지식문화밸리라는게 만들어졌다.
이미 입주가 대부분 마무리되었고 복합몰도 공사중인 지역으로 변모되었다. 지역 한가운데에는 초등학교도 있어 대부분 초품아가 만들어졌는데, 해링턴플레이스1~5단지 전용 84㎡ 매매가 9.5억원(2,800만원/PY)은 조금 전 내 손 대단지 초품아 가격과 거의 같다. 학의동 주민들과 내손동 주민들이 만나 토론이 벌어지면 어떤 이야기가 오가게 될지 궁금해진다. 호수와 학의IC 건너 청계동 휴먼시아2단지 전용 84㎡ 매매가 8억원(2,400만원/PY)은 바로 앞 청계2지구가 개발이 되고 나면 어떻게 될지도 또한 궁금해진다.
<백운지식문화밸리, 지하철은 좀 멀지만 몰도 있고 학교도 있고 대단지도 있고>
과천봉담도시고속도로를 타고 한참 내려가면 오전동/고천동이 나온다. 오전동은 안양 호계동하고붙어있는데도 길 건너와 같은 개발이 그동안 없다 최근들어 재개발이 많이 진행되었는데, 해모로 전용 84㎡ 매매가 5.5억원(1,600만원/PY), 모락산현대 전용 84㎡ 매매가 5.2억원(1,500만원/PY)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이 지역은 인동선(인동초 말고 인동선)이슈가 강하게 있다. 철도이야기는 마치 정치/종교이야기처럼 서로 상피(相避)할 필요가 있는 이슈가 어느새 되어버렸는데, 인덕원부터 동탄을 연결하는 이 전철이 등장하면 GTX 못지않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모두들 믿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난 아직 존재하지 않는 언젠가 등장할 철도이야기는 꺼내지 않겠다.
그 길 건너 재개발로 공급예정인 의왕더샵캐슬은 전용 113㎡ 매매가 9.35억원(2,200만원/PY)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내손동 상급은 아니지만, 포일동 구축가격을 신축가격이 형성하고 있는 것은 의미가 있다. (물론, 평당가 기준이다)
의왕 남쪽 제일 아래는 삼동이다. 보통 여기는 의왕역이 있으며 보통 부곡이라고 부르는 곳이다(여기서 부곡하와이가 떠오르면 대강 연배를 짐작할 수 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부곡에는 컨테이너 야드(CY)가 있고, 철도박물관이 있고, 또 철도대학(아, 지금은 교통대학)도 있고 그렇다. 즉, 철도교통이 나쁘지 않은 곳인데, 그렇게 부각되는 주거지는 아니었다. 아파트보다는 저층주거로 개발된 곳인데, 효성청솔 전용 84㎡ 매매가 3.5억원(1,100만원/PY), 부곡대우이안 매매가 4억원(1,250만원/PY)은 준공 20년 언저리 아파트의 가격대를 보여준다.
반면, 역에서는 조금 멀지만 의왕파크푸르지오 전용 84㎡ 매매가 7억원(2,000만원/PY)는 조금 전 포일동 구축가격과 오전동 신축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그 뜻은 무엇인가? 의왕 내에서도 입지에 차이 없이 신축가격은 어느 수준 이하에서 형성되진 않는다는 것이다. 이걸 다 알아버렸으니 다들 신축아파트 청약에 나서는 것 아닐까? 물론, 되냐 안되냐는 어디까지나 신의 뜻이겠지만.
<군포지도: 1호선과 4호선, 그리고 산본>
이제 의왕의 서편 군포에 가보자. 군포에는 산본이라는 1기신도시가 있는데, 여긴 다음 신도시편에서 설명하기로 한다. 의왕에 지하철교통은 북부의 4호선과 남부의 국철 1호선 외에는 전무한 것과는 달리, 군포는 중앙부를 4호선이 관통하며, 1호선도 금정역에서 환승이 되다 보니 의왕보다 교통환경은 더 나은 편이라 다가오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물론, 의왕만큼이나 산지가 많다보니 주거지는 특정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우선 당정역 인근 당정동과 당동은 인근 군포공단을 배후지로 두고 있기 때문에, 주거지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당정역 우측 당정동에는 한세대학교가 있는데, 주위로 아파트가 많다. 당정마을 LG2차 전용 84㎡ 매매가 4.5억원(1,300만원/PY), 군포 당정푸르지오 4.5억원(1,400만원/PY)은 입주한지 15년이 넘은 아파트의 가격흐름을 보여준다.
당정역 좌측 당동은 주공아파트 중심으로 공급되어 있는데, 역 인근 주공3단지 매매가 4.5억원(1,400만원/PY)은 당정동보다 약 10년 더 된 단지임에도 가격대를 유사하게 가져간다. 바로 인근에는 안양CC도 있어서 골프장이 남쪽으로 보이는 골세권도 형성되어 있다. 골프장 조망은 동탄2에서 상당히 부각되던 이슈였다.
안양CC 남쪽은 의왕역 서편 부곡동이다. 역에서 가까운 부곡휴먼시아3단지 전용 84㎡ 매매가 5억원(1,500만원/PY)은 지어진지 10년차라는 특징을 반영해 의왕역 동편 삼동과 가격차이가 제법 난다. 4호선 대야미역 인근에도 아파트가 많은데, 군포대야미e편한세상 전용84㎡ 매매가 5억원은 조금전 의왕역 인근과 거의 유사하다. 1호선, 4호선 모두 접근성 측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남부에서 1,4호선이 가진 서울과의 접근성은 지금까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기서부터 4호선 지하철을 이용해 북상해보자. 수리산역 인근 가야주공4,5단지는 전용84보다 작은 평형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매매가 전용 39 매매가 1.8억원(1,100만원/PY), 전용59 매매가 2.8억원(1,100만원/PY)은 서울이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지역들을 돌아보고 발견했던 그 가격들과는 거리가 제법 있을 것이다. (물론, 다음에 언급하겠지만, 산본신도시도 비슷한 가격의 아파트들이 꽤 많은데 왜 가격이 이렇게 형성되어 있는 것일까?)
<엄연한 4호선 역세권 아파트 가격>
군포는 산본신도시를 제외하면 아파트 거주지는 이 정도인데, 금정역 인근에 최근 만들어진 곳들이 있다. 래미안 하이어스 전용 84㎡ 매매가 9억원(2,600만원/PY)는 이미 입주 10년차 아파트가 보여주는 가격이다. 참고로, 예전 보령제약 공장부지를 개발한 힐스테이트금정역은 전용 84㎡ 매매가 10.5억원(3,000만원/PY) 수준으로 10억원이라는 심리적 허들을 이미 넘겨버린 상태다.
지난 성남/광주를 알아볼 때처럼, 매매가 10억원이란 참 요상한 수치다. 인덕원 인근 푸르지오엘센트로와 금정역힐스테이트가 만들어낸 가격은 정부의 개발계획에 편승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민간의 정비사업 진행만으로 시장에서 합의가 이뤄진 가격이다. 그런데, 이 같은 가격흐름은 다른 이들에게는 분발이라는 채찍질을, 본인들에게는 더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함께 불러온다.
과거 평당 1,000만원, 1억원이 그런 역할을 했듯 절대 매매가 10억원도 비슷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랩 담당, 보컬 담당, 외모담당이 따로 있듯 현재 시장에서 가장 주목되는 지역은 갓 넘었거나 곧 넘어갈 10억원이라는 절대가격으로 설명된다.
글.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이사
'대한민국 아파트 부의 지도' 저자
'대한민국 부동산 대전망' 저자
前 매경/한경 Best Analyst
前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2014~2019)
前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2011~2014)
前 대우조선해양 미래연구소(2006~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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