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의 부동산 시장은?
직방 2020.09.18 10:33 신고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던 비와 더위가 한순간 사라졌고 서늘함이 찾아왔다. 얌전히 있을 것만 같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지쳐가고 있지만,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간다. 2020년도 이제 10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고 추석이 코앞에 다가왔다. 추석은 언제나 1년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느낌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추석은 언제나 변화를 가져오는 단초가 되어왔으며, 특히 그 다음 해 초반까지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곤 했다. 많은 사람들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 속에서 새삼스럽게 여러 가지 결심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추석을 앞둔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마음은 급하지만, 막상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는 체념, 그리고 낯선 규칙 앞에서의 우왕좌왕과 당혹스러움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충격을 받아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강세를 이어갔다. 표준화된 주택시장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아파트는 일반적인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중간쯤 되는 모습을 보인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굳이 집을 보지 않아도 매매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우물쭈물하다 보면 물건이 없어지는 경험은 보편적인 것이 되었다.
강북에 소재한 전용 85㎡의 아파트 가격이 10억이 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제는 10억을 훌쩍 넘어 15억을 기본으로 생각하는 시절이 되었다. 마포, 용산뿐만 아니라 이제 저만큼 오르면 이제 꼭지라고 생각했던 신길 뉴타운도 저 수준에 도달했다. 여의도와 가까운 신축이라고 오르는 아파트 가격을 보고 있노라면 여의도의 대형 주상복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느낌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매번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단지들이 꾸준히 상승하는 와중에 눈에 잘 띄지 않는, 그래서 서울에 자리를 잡고 싶은 사람들 사이에 마지막 보루로 꼽히던 아파트 단지들이 여름의 끝자락에 급상승하였다. 맑은 공기와 경치는 좋지만, 그만큼의 경사를 감당해야 하기에 선뜻 손이 가지 않던 성북구 정릉동, 강북구 미아동의 아파트들이 보여주는 가격은 초현실적으로 느껴진다.
SK북한산시티의 경우 전용 85㎡를 기준으로 2020년 1월만 해도 분명 5억 원대 중반을 기록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7억 원대 중반의 매물만이 눈에 띈다. 2억 원이라는 절대 가격 상승분만 놓고 보면 상승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이라고 보이지만, 6개월에 50%의 상승이라고 하면 달리 보인다. 인접한 정릉풍림아이원 역시 비슷한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관악구에 위치한 국제산장아파트 연초와 비교해 보면 역시 50% 가까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더 늦으면 서울 시내에서 주택을 장만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무주택자들이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가 적은 저가의 아파트에 몰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강과 접하지 않고, 특별한 호재도 없어 안정된 추세를 이어가던 곳까지 수요가 몰리고 있는 현상은 추석 이후에 지속되거나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노원, 도봉, 강북, 금천, 은평 등 외곽지역에 주택을 구매하려고 생각하는 경우라면 시세의 흐름을 잘 파악해야 한다.
수도권의 경우도 비슷하다. 숨 가쁘게 몰아치던 상반기의 흐름들은 어느 정도 완만해졌으며, 지속적인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존재하고 있다. 그렇지만 가격의 흐름은 큰 변화 없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수요자의 경우 하락을 기대하고 계속 대기수요로 남는 것보다는 탐색 범위를 넓혀 구매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현재의 수급과 더불어 향후 3~4년간의 공급 전망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3기 신도시 이외에도 수도권 지역에는 다수의 택지 개발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진행 상황을 파악하여 시장의 흐름을 예측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 시가지의 재건축 및 재개발 역시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서울에 비해서는 상황과 취향에 맞춰 선택할 여지가 많기 때문에 조급함보다는 차분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온 대구와 부산을 비롯한 지방의 주택 가격은 2020년 하반기 들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각종 규제들이 연이어 적용되면서 시장 자체가 위축되었으며, 여기에 더해 법인을 통해 구입되었던 물량들이 지속적으로 출회되면서 매수자 우위의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 많다. 언제나 그렇지만 하락세에 있는 자산과 시장은 매력적이지 않다. 하지만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구매를 고민해볼 때가 되었다. 시장은 언제나 기다려주지 않고 망설이는 사이에 다음으로 넘어가곤 했기 때문이다.
신규 분양 물량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청약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2000년대 이전, 그리고 2000년대, 2020년대에 공급되는 주택들은 같은 ‘집’이라고 불리지만 그 내용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입지조건의 불리함을 극복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기존 사고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로 기회는 낯설고 선호되지 않는 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모든 룰이 바뀌고 변화하고 있다 보니 다들 우왕좌왕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옵션거래시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매도 프리미엄을 주택 거래에서 볼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매도자가 실거주 하고 있거나 임차인이 이사 예정인 경우 수 천만 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기 시작했다. ‘4년’이라는 조금은 긴 기간을 이제는 기본적으로 고려하면서 주택 매매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절이 되었다.
기존 세입자의 임차 계약만료 기간 6개월 이전에 등기를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은 주택 구매자 입장에서 보면 이전보다 넉넉한 자금을 필요로 한다. 지금까지는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의 매매자금 또는 전세금을 이사 날 받아서 새로 입주하는 주택의 잔금으로 지급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미리 이만큼의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자금 스케줄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점검 및 확인이 필수적인 상황이 되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일단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최대한 확보하여 거주 안정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4년이라는 시간은 길어 보이지만 금방 지나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당장의 달콤함과 편리함에 젖어 시장의 흐름을 놓치면 곤란해질 가능성이 높다.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을 포함한 청약이나 기존주택 구매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주의 깊게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규제가 첩첩이 쌓이고, 주택 거래에 관한 룰 자체가 바뀌고 있는 상황은 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추석 이후에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지가 모두의 관심이겠지만 상황에 맞춰 대응하기보다는 자신이 처한 입장에서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투자의 관점이라면 잠시 쉬어가면서 보유 물량을 조절할 때가 되었지만 실수요/실입주라면 참여 여부를 판단할 때가 되었다.
글. 하얀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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