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파워컨텐츠

공유하기

전세가격 안 잡히는 이유는?

직방 | 2020.11.20 10:36 | 신고


김인만의 트루 내 집 마련 스토리 #149

전세 문제가 심각함을 넘어 정부의 최대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매매 문제였으면 벌써 대책이 나와도 나왔을 텐데 부총리께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말씀하셨듯이 한참을 고민하던 정부가 전세대책이라고 카드를 내놓았다. 다가구주택 등 매입 임대를 확대하고 도심 호텔, 상가를 주거용으로 개조해서 임대 공급을 늘려주며 지방과열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전세대책으로 전세가격 잡힐까?

결론부터 말하면 잡히지 않을 것이다. 시장의 다수 전세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은 전용 59㎡ 정도의 소형 아파트인데 정부에서 공급하겠다는 임대주택은 양질의 소형 아파트가 아니라 전용 6~10㎡ 정도의 원룸 수준의 주택이다. 한정된 예산안에서 빨리 다량의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대책을 준비하라고 하니 어쩌겠는가. 가장 빨리 쉽게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이 원룸 주택인 것을.


그나마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은 다가구주택이나 호텔, 상가 등을 개조한 임대주택을 활용할 수 있겠지만, 3인 이상 가구나 신혼부부들은 현실적으로 선택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가장 큰 수혜자는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심 비즈니스호텔과 다가구주택, 다세대주택 건축업자일 것이다. 눈먼 세금으로 매입하면서 주머니를 채워줄 것이니까. 규제지역 추가 지정은 이미 서울 수도권에서 경험했듯이 큰 의미가 없고 규제해제지역은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전세가격 안 잡히는 이유

1) 주택 공급의 타성기간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공급물량이 충분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된다. 하지만 아파트 공급을 늘리자니 토지의 희소성 때문에 서울의 경우 주택 건설을 위한 빈 땅을 찾기가 어렵고, 서울의 유휴부지나 3기 신도시 등 어렵게 공급계획을 만들어도 주택의 타성(惰性) 기간 때문에 입주물량으로 연결되려면 5년 이상의 시간이 더 필요해서 지금 당장 효과를 보기 어렵다.


2) 정책의 부작용

집값 상승의 원인을 강남 등 인기지역 다주택 보유자와 전세를 끼고 투자를 하는 갭 투자로 잡으면서 규제를 강화하자 자연스럽게 전세물량도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전세매물을 늘리기 위해 다주택 장려정책을 하려니 투기 우려가 발목을 잡는다.


이번 전세대책에서도 장기간 저렴한 임대를 주는 임대인에게 양도세 비과세 특례를 주겠다고 했는데 가장 중요한 임대 공급자인 법인과 다주택 보유자를 제외해 버리니 제대로 된 효과가 나올 수 없다. 문제의 원인과 해결을 위한 방법, 부작용을 고려해 최선의 정책을 선택해야 하는데 다 주택자들이 집값 상승의 주범이고 절대 질 수 없다는 의미 없는 고집을 꺾지 않으니 정책의 효과가 나올 리 만무하다.


무엇보다 지금의 전세 전쟁의 가장 큰 시발점은 임대차 3법 개정이다. 2+2의 계약갱신청구권과 5% 인상 제한 그리고 소급 적용까지 전격적으로 시행되자 기존 세입자들은 다른 전셋집으로 이사를 가기보다는 적극적으로 계약 갱신 청구를 하면서 살던 전셋집에 눌러앉았고, 집주인들은 계약 갱신 청구를 거절하기 위하여 입주계획도 없던 집에 입주를 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인기지역의 전세물량은 더욱 감소하였다.


정부는 임대차 3법 때문이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아래 한국감정원에서 발표한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지수 그래프를 보면 임대차 3법이 시행된 7월 말 이후 전세가격 지수가 급등함을 알 수 있다.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는 것이 어렵다면 전세수요라도 줄여야 하는데 오히려 전세수요가 늘어나는 정책을 하고 있다. 전세수요를 줄이려면 공공임대 아파트를 대규모로 공급해 주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고, 구매능력이 되는 무주택자들은 주택 구입을 할 수 있도록 장려정책을 펼쳐야 하지만 집값 상승을 우려한 정부는 오히려 집을 사지 말고 3기 신도시 등 정부가 계획하는 대규모 공급물량을 기다리라고 한다.


집을 살만한 실수요자들이 집을 사야 집을 사기 어려운 실수요자들이 청약 당첨 기회가 커지는데 기다리기만 한다면 그 뒷감당은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지 너무 안타깝다. 새 아파트 청약기회가 많아진다는데 기다리는 수요가 늘어나게 되면 대기수요는 당연히 전세를 찾을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전세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로또 청약 열풍이 일어난 것도 대기수요 증가의 또 하나의 원인이다.


3) 전세, 너무나 좋은 제도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세제도는 너무나 좋은 주거형태이다. 전세를 거주하는 동안 세금 하나도 내지 않고 전세종료가 되면 보증금은 그대로 받아 갈 수 있다. 특히 저금리 시대에 월세보다 월등히 유리한 것이 전세이다. 집값 상승과 같은 인플레이션 방어가 안 된다는 것만 제외하면 완벽에 가까운 주거제도가 전세다. 이렇게 좋은데 전세수요가 줄어들 리 만무하다.


4) 전세는 원래 오른다

매매가격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만큼 또는 그 이상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 그런데 전세가격은 매매가격보다 더 안정적이고 꾸준히 상승한다. 왜냐면 전세수요는 실수요자들이기에 매매수요처럼 부동산시장 분위기나 경제 상황 등에 따라 탄력성이 크지 않아 꾸준하고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아래 그래프는 2012년에서 2020년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로, 부동산시장이 침체기였던 2012~2013년은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다가 2014년부터 상승세로 돌아서 꾸준하게 상승함을 알 수 있다.

이제는 2012년에서 2020년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지수를 살펴보도록 하자. 참고로 필자가 인위적으로 만든 그래프가 아니라 한국감정원에서 제공하는 통계 그래프이니 믿어야 한다. 매매가격 지수와 달리 2012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하게 상승함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부동산시장이 침체가 되면 구매능력이 있음에도 전세로 돌아서는 사람들 때문에 전세수요가 늘어나 전세시장은 더욱 강세가 되는 경향이 있다. 전세시장이 약세가 되려면 신도시 입주처럼 대규모 입주물량이 나오는 경우가 아니면 전세가격 하락은 기대하기 어렵다.

5) 화폐가치 하락만큼 또는 그 이상 오른다

앞서 잠깐 설명했지만 실물 자산인 부동산가격은 화폐가치 하락만큼 또는 그 이상 오른다. 20년간 평균 인플레이션을 3% 정도로 본다면 10억 원의 화폐가치는 10년이 지나면 7억 4천만 원 정도로 떨어진다.


이 말은 떨어진 화폐가치만큼 10억 원이던 실물 자산인 아파트 가격이 13~14억 원 정도 올라가는 것이 이상한 현상은 아니라는 말이다. 전세는 매매가격의 50~70% 정도로 형성되기 때문에 매매가격이 오르면 전세가격도 시차를 두고 따라 올라갈 수밖에 없다.


2017~2020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 폭이 컸던 만큼 전세가격이 뒤따라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임대차 3법 등 정책의 부작용으로 상승 기간과 폭이 단기간에 급등하고 있을 뿐이다.


6) 전세자금대출의 레버리지

전세가격 상승의 또 하나의 문제는 전세자금대출이다. MB 정부 시절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전세자금대출 제도를 시행하였는데 필자 개인적으로는 전세자금대출제도는 애당초 시작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 정책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자금계획에 맞는 임대보증금 수준의 전셋집을 구하는 것이 시장논리인데 내 집 마련도 아닌 전세제도에 대출을 가능하게 해주니 임대인은 임차인의 자금 수준을 고려할 필요 없이 전세금 인상을 요구하게 되었고, 임차인은 저금리로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것이 월세나 적금이나 예금을 깨는 것보다 유리하고 편하니 부담 없이 전세자금대출로 전세금을 올려주게 되었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풀린 전세자금대출이 일정 부분 2017년 이후 매매가격 폭등의 레버리지 역할을 해주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전세문제 해결을 하려면?

전세문제해결은 매매 문제와 달리 매우 어렵다. 매매가격 상승은 지금처럼 취득, 보유, 양도 모든 단계의 세금을 왕창 올리고 대출을 조이면 살 수가 없으니 일시적이나마 안정적인 양상을 보일 수는 있지만, 전세가격 상승은 서민주거안정과 맞물려 있어 이제 와서 전세자금대출을 막아버릴 수도 없고 세금으로 해결할 수도 없다.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생각하여 전세문제를 해결하려면 전세수요를 줄이거나 전세공급을 늘려주어야 한다.


전세수요를 줄이려면 구매능력이 되는 전세입자가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장려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매매시장 자극을 우려한 정부는 하지 못할 것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전세물량을 늘려주어야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전세공급을 해주는 주체는 정부에서 집값 안정을 위해 범죄자 취급을 하는 민간 다주택 보유자들이다.


각종 규제로 다주택 보유자들의 추가 주택 구입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전세공급물량이 늘어날 리 만무하다. 그것도 아니면 공공임대 아파트로 전세수요를 돌려야 하는데 갑자기 공공임대 아파트를 어디서 공급하겠는가. 정부는 공공임대물량을 늘린다고 하지만 타성기간 때문에 당장 전세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고 한다 해도 막대한 예상이 투입되는 사업인데 과연 현실성이 있을는지 의문이다.

정부의 고집대로 다주택 보유자 때려잡고 임대차 3법 개정도 안 하고 지금 정책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매매와 전세시장 안정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는 임대차 3법을 개정하여 주택 임대차 계약 갱신청구권 제도를 폐지하고 최단 존속기간을 2년에서 3년이나 4년으로 늘려주면서 전세가격 상승 제한을 이전 전세가격의 130~150% 이내 협의로 해주는 것이 좋다.


임대차 3법 개정이 싫다면 장기적으로는 공공과 민간의 주택 공급이 늘어날 수 있도록 일관성 있는 공급계획 정책을 추진하여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장기간 저렴하게 임대를 주는 다주택 임대인에게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감면 등 세제혜택을 주는 동시에 실수요 무주택자들이 1주택을 구입할 때에는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 등 세제혜택, LTV 확대, DTI 배제, 정책금리 적용 등 대출 혜택을 주어 주택 구입으로 전세수요를 전환시키는 것은 어떨까. 다주택 보유자들이 이런 1주택을 구입하는 실수요자에게 KB 시세 90% 가격수준으로 주택을 팔 때에는 양도세 중과 배제, 장기보유 특별공제 적용 등의 혜택을 주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이러한 방법이 실수요자들에게는 시세 대비 10% 낮은 가격으로 주택을 구입해서 좋고, 자연스럽게 전세수요가 감소해서 좋고, 다주택 보유자들의 출구전략 활성화로 매물 동력 현상이 줄어들면서 매물이 늘어나고 10% 낮아진 가격으로 거래가 되니 매매시장 조정이 되어서 좋고, 세수가 늘어나니 정부도 좋은 정책이 아닐까 싶다.

글. 김인만 /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

'7일만에 끝내는 부동산 지식' 저자

네이버 카페 '김인만 부동산 연구소'

http://cafe.naver.com/atou1

유튜브 '김인만 부동산TV'

※ 외부 필진 칼럼은 직방 전체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