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파워컨텐츠

공유하기

아파트 가격 10억,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

직방 | 2020.11.20 12:09 | 신고


하얀그림자의 부동산 시그널 #18

압구정동과 한강을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옥수동의 래미안옥수리버젠 전용 85㎡가 지난 10월 19억 4천만 원에 거래된 실거래 내역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강남도, 신축도 아닌 2012년도에 지어진 아파트가 20억 가까운 가격에 거래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의외로 사람들은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 급등세에 놀랄 기운도 없어진 것일까?

김포와 인천 검단에서 10억 넘는 가격으로 거래된 아파트가 나와서 거품 논란이 제기되었지만, 서울과 수도권이 아닌 지역의 상승세는 더 놀랍다. 대구와 부산의 상승세는 이제 익숙하지만, 울산의 경우 한국감정원 기준으로 최근 3개월간 2.71% 상승하였다. 같은 기간 부산, 대구, 광주 등의 상승률이 2.03%인 것보다 높은 수준이다.


서울과 수도권 특정지역에서만 가능할 것으로 믿어졌던 10억을 넘는 아파트는 이제 전국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울산 남구의 신정동 문수로2차아이파크1단지 전용 101㎡는 이번 달 12일, 14억 2천만 원에 거래되었다.

한때 미분양의 무덤으로 간주되던 창원의 경우 용지더샵레이크파크 전용 85㎡가 9억 5천만 원에 거래되었으며, 천안의 경우 이미 상반기부터 상승세를 보여온 결과, 천안불당지웰시티푸르지오 전용 112㎡가 지난 6월 10억 3천 5백만 원에 거래되고 천안불당지웰더샵 전용 99㎡도 7월 10억 2천만 원에 거래되었다. 10억이라는 가격이 이제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풍경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IMF 사태 충격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1999년부터 서울의 주택 가격은 오르기 시작했다. 2000년 초반 강남 아파트 평균 가격이 1천만 원에 이르면서 신문을 비롯한 언론에 너무 올랐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실렸고, 필자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분양대행에 종사하는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부동산 상황에 대해 잘 알던 그 친구는 필자에게 충고하듯이 이야기했다. "내 고객들 만나보니 3천만 원까지 간다고 하더라"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뭐라 이야기를 하려는 필자에게 친구는 한마디를 더 했다. "우리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시장이니 그냥 받아들여봐"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2천만 원을 넘어서기 시작하자 수도권 1기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은 상승하기 시작했고 평당 1천만 원에 도달하였다. 한번 오르기 시작한 아파트 가격은 끝을 모르고 오르기 시작했으며, 분당과 평촌 대형 평형의 경우 매월 5천만 원씩 1년 내내 오르는 풍경을 연출하면서 10억을 훌쩍 넘기기도 하였다.


심리적 저지선 내지 거부감이 드는 가격대가 각 지역별로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는 "그 동네 00억이지"라는 숫자는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여러 가지 호재가 있어도 이러한 선입견이 만들어 놓은 장벽은 견고하게 가격을 지켜내곤 한다. 하지만 이런 숫자들의 저지선은 한번 뚫리고 나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곤 한다.


서강대역 인근의 신촌숲아이파크는 분양 당시 전용 85㎡ 기준으로 7~8억 원대에 분양되었으며, 당시 많은 이들은 '수용 가능한 가격의 상한선'이라고 평가했다. 실입주라면 나쁘지 않지만, 상승 여력이 별로 없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2020년 현재 이 아파트의 매매 호가는 17억 원에 이르고 있다. 분양이 이루어지던 시점에서 '10억'이라는 숫자는 강남, 서초 등 일부 지역에서나 달성 가능한 숫자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로서는 저렇게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래푸로 대표되는 마포지역의 아파트들이 10억 선을 넘어서고, 이것이 확실한 가격대를 형성하기 시작하자 더 늦게 들어선 신축 아파트들은 신축의 가치를 내세워 무섭게 상승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신촌그랑자이에서도 반복되었다. 괜찮은 입지로 평가받는 지역의 경우, 전용 85㎡ 기준으로 10억이라는 가격이 평균적이고 보편적인 것처럼 인식되자 이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대에 있던 아파트들은 순식간에 키 맞추기를 하였다. 여기에 12억, 15억이라는 대출제한 규정이 객관적 가이드라인처럼 존재하면서 10억이라는 가격은 보편적인 것이 되었다.


주택 가격이 이렇게 상승함에 따라 인터넷 등에서는 주택 가격과 관련한 후회, 가정불화, 심지어 이혼에 이르는 이야기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때 집을 샀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는 누군가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지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생은 글렀어'라는 체념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국내 근로소득자의 평균 연봉이 3,647만 원이라는 기사를 놓고 보면 서울이 아닌 수도권, 그리고 지방 광역시에서도 10억 원을 훌쩍 넘어가는 지금의 주택 가격은 정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이 전국적으로 약 80만 명에 이르고 10억 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사람이 32만 명에 이르고 있음을 생각해보면 '지금의 가격이 정말 비싼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더해 '결혼'이라는 과정을 통해 부의 집중이 나타나고 있음을 고려해보면 가격에 대한 판단은 어려워진다. 아이가 부의 상징이던 시절을 넘어 결혼이 부의 상징이 되고 있는 시점에서 결혼을 통해 가정을 꾸릴 때는 부부의 높은 소득, 그리고 양가 부모로부터의 일정 수준의 경제적 지원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외동이 대세가 되었음을 감안해보면 결혼이라는 것은 결국 양쪽의 자산이 하나로 집중되는 현상을 가속화한다.

칼럼을 통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지역을 소개하고, 투자가치는 낮지만 실거주에는 괜찮은 지역을 소개하면서 나름대로 사람들의 내 집 마련을 도와준다는 보람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이런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오르지 않아도 괜찮고, 작지만 내 집을 마련하고 싶다'라는 사람들에게 4억 원 정도의 부담으로 구입할 수 있어 자신 있게 추천해왔던 SK북한산시티 전용 81㎡는 이제 6억 원을 훌쩍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보면 힘들고 어려운 상황일수록 포기하지 않고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다음의 기회가 찾아왔다는, 조금은 뻔하고 사탕발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부정하고 싶겠지만 쓴 약을 억지로 먹는 심정으로 현재의 시장 가격을 현실로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시장의 변화 흐름을 파악하며 예상해보아야 한다. 머릿속과 마음속에서 합리적으로 생각되는 가격이 아니라 시장의 가격과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필자 역시 과거에 내가 마련해야 할 돈이 아니라 사이버 머니라 생각하고 단위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한 바 있다. 나와 관계없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그냥 재미있는 일이라 간주하고 흐름을 관찰하고, 이것이 누적되면 시장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기회를 잡을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13억 원에 이르던 1기 신도시의 대형 아파트들은 어느 순간 반 토막이 났다. 대형 백화점과 학원가가 옆에 있는 역세권의 40평대 아파트가 5~6억 원 하던 시기가 불과 5년 전이었다. 영원히 오르지 않을 것만 같던 이런 아파트들 역시 이제는 10억대를 훌쩍 넘어가고 있다.

이런 기회가 다시 온다면 정말 잡을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볼 때이다. 다음의 20억 시대에 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글. 하얀그림자

※ 외부 필진 칼럼은 직방 전체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